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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기에서 외부망 직결 포트 설정

이번 여름에 연구실 이사가 계획되어서, 장구류 세팅을 싹 갈아엎어야 할 일이 생길 예정이다.
실험용 컴퓨터 두 대를 자리에 둬야 하고, 전선도 정리하고 어쩌고저쩌고…

가장 큰 문제는 네트워크.
랜선 배선을 맘대로 따지 못하므로, 내 자리로 인입되는 랜선 하나로 컴퓨터 두 대와 노트북 라즈베리파이 기타등등을 다 연결해야 한다.
휴대폰 써야 하니 WiFi AP도 달아야 한다. 음 컴퓨터 하나만 내다 버리면 안 될까.


공유기를 사용하는 경우, 일반적인 네트워크 배선은 다음과 같은 식으로 구성된다. ANT는 개미가 아니라 안테나다.
(도식이 올바로 보이지 않는다면 브라우저의 고정폭 글꼴(monospace) 설정을 확인하시라. Consolas면 아마 깨질거다.)

   WAN        ANT
┌───│────────────│─────┐
│   │        ┌───┴───┐ │
│┌──┴──┐     │ Wi-Fi │ │
││ NAT │     │   AP  │ │
│└──┬──┘     └───┬───┘ │
│   ┼────┬────┬──┴─┬   │
└───│────│────│────│───┘
  SERVER PC LAPTOP RPI

문제상황은… 컴퓨터를 두 대 연결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냥 공유기 밑으로 붙이면 좋겠다마는, 서버 한 대는 외부에 직결시켜줘야 한다.
Twin-IP고 뭐고, 그냥 서버가 NAT 뒤에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아이고 머리야.

위에서도 말했지만, 내 자리에 랜선 하나 더 까는건 불가능하다. 못 바꾸는 조건이라고 말을 해도 왜 자꾸 바꾸라고 하는건지.
여하튼, 이럴때 쓰라고 허브가 있다. 다음 도식처럼 허브를 설치하면 될 일이다. Problem Solved.

   WAN
┌───│─────HUB ──────┐
│   ┼───┬───┬───┬   │
└───│───│───│───│───┘
    │         SERVER
    │
    │           ANT
┌───│────────────│─────┐
│   │        ┌───┴───┐ │
│┌──┴──┐     │ Wi-Fi │ │
││ NAT │     │   AP  │ │
│└──┬──┘     └───┬───┘ │
│   ┼────┬────┬──┴─┬   │
└───│────│────│────│───┘
         PC LAPTOP RPI

이게 됐으면 고민도 안 했다. 허브를 들일 공간이 없다. 아니 공간은 만들 수 있지만 들이기가 싫다.
120cm 책상은 생각보다 좁고, 컴퓨터 두 대를 욱여넣으면 발 뻗을 공간도 안 나오는데다 전선도 이미 스파게티.

공유기 앞단에 허브가 붙어서 통합된 물건이 없을까. 이를테면 이렇게 결선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


   WAN             ANT
┌───│───────────────│─────┐
│   ┼───────┬   ┌───┴───┐ │
│   │    ┌──┴──┐│ Wi-Fi │ │
│   │    │ NAT ││  AP │ │
│   │    └──┬──┘└───┬───┘ │
│   ┼────┬  ┴─┬─────┴─┬   │
└───│────│────│───────│───┘
  SERVER PC LAPTOP   RPI

물어보니까 있댄다. 역시 세상은 넓고 병1신… 아니 내가하는 고민은 누군가 했던 고민이다.

미크로틱(Mikrotik)이라는 회사가 있다. 라트비아 공화국이라고 북유럽에 있는데 싸고 성능좋은 네트워크 장비를 만드는 회사랜다.
여하튼 거기에서 나오는 장비가 다양하고 복잡한 설정을 다 지원하는데 가격은 일반 SOHO용 장비 급이랜다.
60달러 정도면 원하는 장비를 구매하고 세팅할 수 있댄다. 오호라 좋구나. 알아보니 블럭다이어그램도 있고 다 좋다.


음 근데 귀찮다. RouterOS라고 장비 설정하는거 공부도 귀찮지만, 가장 큰 문제는 돈.
어떻게 좀 돈 적게 들이고 싸게 할 수 있는 방법 없을까.

마침 거기에 댓글이 하나 더 달렸다. kt IPTV 지원하는 공유기면 지정포트 하나를 외부망에 직결시킬 수 있댄다.
오호? 그러니까 이게 된다는거다.

   WAN            ANT
┌───│──────────────│─────┐
│   ┼──────┬   ┌───┴───┐ │
│   │   ┌──┴──┐│ Wi-Fi │ │
│   │   │ NAT ││   AP  │ │
│   │   └──┬──┘└───┬───┘ │
│   │    ┬─┴──┬────┴─┬   │
└───│────│────│──────│───┘
  SERVER PC LAPTOP  RPI

대신 외부망에 붙는 지정 포트를 조정하지는 못하고, 사전 지정된 포트 하나만 외부망에 붙일 수 있댄다.
설정이 유연하지 못한건 좀 아쉽지만, 애당초 IPTV용이니까 그냥 넘어가자. 서버 하나만 붙이면 일단 지금 당장 쓰는데는 문제가 없다.
해 보자. 마침 지금 연구실에서 쓰고 있는 공유기는 iptime T3004고, kt IPTV를 지원한다.

고급 설정 – 특수기능 – IPTV 설정 들어가서 kt로 바꿔주면 공유기가 재시작된다. 지정 포트는 1번 포트다.


공유기 재부팅하고, 노트북 떼와서 지정 포트에 연결하고 네트워크 재시작.

DHCP가 안 잡힌다!!!!

사실 잡히긴 하는데 이건 다른 연구실에서 공유기를 거꾸로 꽂아둬서 그런거고 여하튼 외부망에 직접 붙는다.
(어디 연구실인지 잡히면 랜케이블 머리 고정클립만 다 꺾어버려야 한다.)

와 쥑이네 이게되네. 교내 IP 받아와서 세팅하니까 인터넷도 잘 붙는다.

SERVER-MYPC, MYPC-LAPTOP 사이에서 iperf 돌려보니 모두 850Mbps 안정적으로 뽑아준다.
사실 T3004의 성능 한계가 100MB/s 언저리 = 850~900Mbps 수준이니, IPTV 설정으로 인한 성능저하는 없다고 할 수 있겠다.

문제는 SERVER-WAN, MYPC-WAN 사이의 성능인데, 교내망이 50Mbps 대역폭 제한이라 테스트가 불가능하다 -_-…


여튼 쓰는데 문제없으니까 Problem Solved.

iptime 홈페이지에 질문글 남긴 결과로는 WAN 대역폭 할당은 그냥 best-effort 대역폭 분배되는 모양이다.
그리고 IPTV 설정한 뒤 지정포트에 컴퓨터 물려 쓰는건 “권장하지 않습니다” 랜다. “인터넷 안돼도 우리는 책임없다” 정도로 이해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