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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 가족 여행 (1)

2019년 03월, 4박 5일 일정으로 오사카와 교토를 다녀왔다. 명분은 가족여행.

사실 이 가족여행이라는게 참 애매하다. 이제껏 줄곧 여행은 혼자 다니기 일쑤였고, 아니면 남의 일정을 완전히 따라다니기만 하는 여행이었으니까 일정 짜는 것에 대해 크게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 이번에 가족여행으로 간사이 지방[1]을 가게 되었고, 그것도 어쩌다보니 부모님과 이모, 누나 내외에 만 2살 된 조카를 포함하여, 나 포함 성인 6명 아이 1명을 포함한 대가족이 움직이게 되었다.

출발

가족과 나는 떨어져서 살기 때문에, 나 혼자서 서울 김포출발, 나머지 가족은 부산 김해출발 하는 일정이 되었다. 나는 김포에서 8시20분 비행기로 먼저 출발하여 10시에 간사이 공항에 도착, 티켓 등을 미리 준비하고, 가족은 김해에서 12시30분 비행기로 출발하여 1시30분쯤 도착하면 공항에서 합류하여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일정이다.

출발 전날인 목요일에 일 때문에 밤을 새다시피 하고, 오후에 세 시간정도 쪽잠을 잔 뒤 부랴부랴 퇴근하여 짐을 싸기 시작했다. 그렇게 매우 피곤한 상태로 출발하여, 비행기에서 뭘 했는지 기억도 안 나는 상태로 간사이 공항에 도착한 것이 정확하게 10시. 제주항공은 2터미널을 이용하므로 입국심사는 매우 빠르게 진행되지만, 버스로 1터미널까지 이동해야 한다. 그렇게 40분만에 1터미널로 빠져나와서 가족이 올 때까지 대기하게 되었다.

티켓 구매

첫째날의 일정은 크게 다음과 같다.

14:30 간사이 공항에서 시내로 출발
15:30 도톰보리 근처 숙소에 짐을 풀고 잠시 휴식
17:00 가이유칸 관람
19:00 가이유칸 퇴장하고 근처 덴포잔 관람차를 타거나 바로 숙소로 출발
20:30 이후 숙소에서 휴식 및 도톰보리 보러가기

젊은 성인들로만 구성된 일행이라면 조금 더 빡세게 돌아다닐 수 있을 것이지만, 우리 일행의 구성을 고려하여 그냥 일정을 넉넉하게 잡고 돌아다니기로 하였다. 같은 이유로, 약간이라도 편하게 움직이고 싶었기에 시내-공항간 이동도 라피트를 타기로 하여, 한국에서 요코소 오사카 티켓[2] 바우처를 구매해서 가져갔다.

물론 위 일정은 전철 딱 두 번 타는데, 지하철 일일승차권을 쓰면 손해가 크다. 가이유칸을 가는 날은 그냥 다른 생각할 필요 없이 OSAKA 가이유권[3]을 구매하면 된다. OSAKA 가이유권으로 시내에서 가이유칸(오사카항 역)까지 왕복만 해도 이득을 볼 수 있다[4]. 그리고 가이유칸 입장권 사러 줄을 설 필요가 없으므로 시간을 조금 더 아낄 수 있다.

간사이 공항 1층에 투어리스트 인포메이션 센터가 있다. 각종 할인티켓 판매나 간사이 스루패스 교환도 해 주며, 관광지도 같은 것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여기에서 가이유권을 구매하고, 이제 가족 오기 전에 라피트 표를 교환할 차례다. 요코소 오사카 티켓 바우처는 난카이 창구에서 교환하므로 일단 공항을 빠져나가서 전철역으로 이동하고, 창구에 줄서면 된다.

그리고 일단 한 번 빠꾸먹었다. 가족이 아직 도착안한 상태라고 말하니 "한 번 발권하면 시간 변경이 안 된다, 가족이 다 도착하면 그 때 다시 와라"라고 한다. 그당시는 좀 투덜거렸지만 이게 좀 득이 되는데, 가족이 탄 비행기가 일찍 도착한 것이다. 여하튼 그렇게 공항에서 할 일을 정리하고, 나오는곳 앞에서 적당히 자리잡고 앉아서 두 시간을 넘게 꾸벅꾸벅 졸았다. 그냥 공항 호텔에서 2시간 대실하고 잠이나 잘 걸 그랬다. 참고로 간사이공항에는 퍼스트캐빈 캡슐호텔이 있고, 2시간 대실에 1800엔이다.

시내로 출발

그렇게 꾸벅꾸벅 졸다 보니 어느덧 시간은 흘러 오후 1시30분이 되었다. 김해공항 출발 비행기가 원래 2시에 도착 예정이었고, 그래서 3시 02분 라피트를 타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비행기가 1시 40분에 도착하였고, 2시를 약간 넘긴 시간에 가족과 합류. 그럼 2시 32분 라피트를 탈 수 있겠네? 하고 조금 서둘러서 전철역으로 이동하고 표를 교환하였다.

간사이공항의 JR창구(미도리노 마도구치=녹색창구)는 JR패스 교환을 위한 손놈들로 이미 과포화 상태이다. 항상 수십명씩 줄을 서 있으므로 웬만하면 안 가는게 시간 절약하는 지름길이다... JR웨스트패스는 위에서 기술한 투어리스트 인포메이션 센터에서도 교환이 가능하고, 이쪽은 많아야 열명 정도 줄을 선다. 그리고 난카이 창구는 상대적으로 덜 붐빈다. 물론 혼자 갔다면 그냥 SUICA 찍고 들어갔겠지.

여하튼 예정보다 30분 빠르게 2시 32분 라피트를 타고 시내로 출발하였다. 닛폰바시에서 이동하는게 숙소가 더 가까웠기 때문에, 남바까지 가지 않고 덴가챠야에서 라피트 하차하고 가이유권을 개시, 지하철로 이동하였다. 구글맵을 이용하면 손쉽게 전철 이동경로 검색이 가능하다.

숙소 체크인 ~ 가이유칸

예정보다 30분 빠르게 3시 40분에 숙소에 체크인하고 짐을 풀었다. 도톰보리에서 걸어서 5분거리, 하지만 여행객들의 관심에서는 살짝 벗어난 위치라 입지는 참 좋았다. 다만 청소상태가 불량하다는 리뷰가 있어서 좀 걱정했는데 다행히 청소상태도 매우 양호하였다. 호스트도 이러한 리뷰가 꽤나 신경쓰였는지, 방에 "청소상태가 불량한 경우 바로 연락달라"는 안내문을 부착해 두었더라.

그렇게 한숨 돌리고는 4시반에 가이유칸으로 출발하였다. 일일권을 쓰면 교통비 예산이 고정되므로 예산짜는 입장에서는 정말 편하다. 5시 10분쯤 오사카코 역에 도착하였고, 10분 정도 더 걸어서 가이유칸에 도착하였다.

덴포잔 관람차
가는 길에 덴포잔 관람차도 볼 수 있다. 저녁때라 별로 멋이 없다. 카메라 수평도 안 맞고 총체적 난국.

2살 먹은 아이에게 수족관은 참 볼 거리가 많은 모양이다. 몇 층에 걸쳐서 수족관 내부를 걷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고, 다 보고 나오는데 두 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물고기나 각종 바다생물이 많은데, 안내문 없이는 뭐가 뭔지도 모를 것 같다.

저녁시간이 되면 덴포잔 관람차에서 조명으로 쇼를 한다. 시간되면 구경해도 좋겠다. 한 번 타는데 800엔인데 오사카 주유패스 사용자는 무료 입장이랜다. 사람들 수십명이 줄 서 있는거 보고서 그냥 걸렀다.

그리고 역에 와서 확인해보니 일행중 한 명이 홀라당 일일승차권을 분실해먹는 대참사가 벌어졌다. 그나마 가이유칸 입장한 뒤에 잃어버려서 타격이 적었지, 입장도 안 했는데 잃어버렸다면 2300엔 추가지출이니 정말 뒷목잡는 사태가 벌어졌을 것이다. 하릴없이 내 승차권을 넘기고, 나는 SUICA 찍고 숙소로 귀가하였다. 승차권을 주머니에 대충 쑤셔박아 두면 매우 높은 확률로 흘린다. 지갑이던 목걸이 케이스건 반드시 안 빠지는 곳에 넣어두도록 시키자...

도톰보리

하루종일 돌아다니면서 제대로 식사를 못 했으니 저녁을 먹자 하고 도톰보리로 돌아왔다. 사람도 많고 복작복작하여 그냥 적당히 사람적은 가게를 잡아서 들어갔는데... 오더 미스가 나는 대참사가 벌어졌고 여하튼 참 기분나쁘게 퇴각하였다. 일본에서는 보통 주문하면 어떤걸 몇 개 주문했는지 확인하는게 기본인데, 직원이 확인을 안했고 나도 신경을 안 썼고 그렇게 3개 주문한게 1개만 나오는 대참사가 벌어졌다.

여하튼 오늘 하루 뭔가 마가 꼬인 것 같다-고 생각하며 숙소로 돌아온게 9시 언저리였다. 부모님과 이모는 숙소에서 한 잔 하기로 하고, 누나네 내외와 나는 근처 음식점에서 늦은 식사와 함께 맥주를 몇 잔 들이키고 들어왔다. 그렇게 첫째날 일정 종료.


  1. 오사카 및 교토를 중심으로 효고, 시가, 나라, 와카야마 일대를 지칭한다. ↩︎

  2. 1500엔에 라피트 간사이공항→시내방향 승차권(1270엔)과 오사카 지하철+버스 일일승차권(700엔)을 묶어서 판다. 다만 일일승차권은 발권당일 또는 다음날 사용해야 한다. ↩︎

  3. 2550엔에 가이유칸 입장권(2300엔)과 오사카 지하철+버스 일일승차권(700엔)을 묶어서 판다. 난카이 확장판은 3010엔에 가이유칸 입장권, 오사카 지하철+버스 일일승차권, 난카이 일일승차권을 묶어서 판다. 다만 가이유칸 입장권은 일일승차권을 이용하는 당일에만 유효하다. ↩︎

  4. 우리 일행은 라피트를 탑승하고, 이틀째에도 일일승차권을 사용하였으므로 요코소 오사카 티켓 + OSAKA 가이유권 일반판이 더 저렴한 일정이 되었다. 라피트를 탑승하지 않는다면 OSAKA 가이유권 난카이 확장판을 구매하여 공항에서부터 사용하는 것이 더 저렴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