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미컬 라이트

콘서트 라이브나 다양한 행사에서 흔히 야광봉을 많이 사용한다. 특히나 성뜨악 새끼들은 라이브 가서 손가락 굵기에 길이 20cm쯤 되는 야광봉을 신나게 흔들어제끼는데. 그거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 보자.

캐미컬 라이트 상표명에 대한 이야기

일반명사로 야광봉 내지는 라이트 스틱, 캐미컬 라이트 등으로 부르는 물건은 흔히 사이리움 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사실 사이리움은 사이륨(CYALUME)이 변형된 형태이다. 왜 변형해서 쓸까. CYALUME은 미국 Omniglow 사에서 보유중인 등록상표이기 때문이다. 다만 상표 등록 자체는 1980년대에 되었고, 2007년에 권리 소멸로 이젠 아무나 써도 되는 상태이긴 하다.

여하튼, 등록상표인 탓에 일본에서도 사이륨(サイリューム) 이라는 표기는 함부로 쓰지 않는다. 에둘러서 サイリウム 라고 쓰지. 삼성과 삼별 정도로 비슷하지만 미묘하게 다른 표기를 사용한다. (참고로 サイリウム은 Psyllium 질경이풀의 가타카나 표기이기도 하다.) 나는 그냥 라이트 스틱을 번역해서 불봉이라고 부른다.

또한, 후술하겠지만 울트라 XXX 시리즈도 동 회사의 등록상표이다. 그래서 루미카나 RiverRoots에서도 울트라 오렌지라는 상품명으로는 팔지 한다. 루미카는 대섬광 키와미, RiverRoots는 플래시봄버Z로 파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발광 시간에 따른 구분

원래 캐미컬 라이트는 군사목적으로 개발되었다. 적당한 시간동안 적당한 밝기로 빛을 내면서, 휴대가 간편하고, 다목적 장갑을 낀 상태에서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하고, 쓰고 버리기에 부담이 없도록 저렴해야 하는 조건을 다 충족하는 것이다.

그러한 필요성에 따라, 캐미컬 라이트는 생산 단계에서 화학약품의 성분과 농도를 조절해서 발광시간을 다양하게 정할 수 있다. 시판중인 제품에는 아웃도어(등산 낚시 등)용 6~8시간 짜리도 있고, 재난구호 및 정전 대비용으로 12시간 발광하는 제품도 있다. 요즘 일본이 좀 많이 털렸어야 말이지...

콘서트 라이브에서 사용하는 제품은 발광시간을 10분 내외로 조절한다. 공연 3~4시간 동안 계속 켤 물건도 아니고, 각 곡마다 3~4분 켜고 버리는 식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또, 밝기를 끌어 올리려면 화학물질의 반응을 더욱 강하게 일으켜야 하는데, 그러면 당연히 발광시간이 줄어드는 탓도 있다.


제품군

루미카 - 대섬광

루미카(일본화학발광)의 제품군을 보자. 이 회사의 콘서트 라이브용 캐미컬 라이트는 루미카 라이트 브랜드로 판매된다.

  • 루미카 레귤러 = 표기 6~8시간 / 8~12시간 (색상에 따라 다름) 아웃도어용
  • 루미카 대섬광 = 표기 15분 (오렌지 5분) 콘서트용
  • 루미카 대섬광 키와미 오렌지 = 표기 2~3분. 통상 울트라 오렌지
  • 루미카 대섬광 키와미DX 오렌지 = 표기 30초~1분. 상상속의 무언가

레귤러 제품군은 아웃도어용으로, 표기 6~8시간 발광하는 물건이다. 소프맙, 동키호테 같은 양판점에서 구매한다면 잘못 구매하지 않도록 주의하자. 루미카는 낚시용품도 만들어 파는 기업이라서 아웃도어용 조명도 같이 판매하고 있다.

콘서트 라이브용 제품은 루미카 대섬광 시리즈이다. 발광시간은 표기 15분이며, 통상 6~7분 정도면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딱 한 곡 정도 쓰고 버릴 내구성이 나오는 것이다. 다만 오렌지는 표기 5분, 통상 2~3분 정도로 발광시간이 짧으며, 대신 밝기가 다른 색상보다 더 밝다. 화학약품 특성때문이 아닐까 싶다.

대섬광 오렌지의 화학 반응을 더 강하게 조절하여 더 밝게 만든게 대섬광 키와미이다. 대섬광 오렌지 대비 180% 휘도라고 하는데 측정해 본 적은 없다. 여하튼 대섬광 오렌지보다 더 밝고 더 조루다. 표기 2~3분이지만 통상 1분정도면 이미 반절 이하로 어두워진다. 최후렴에서 딱 꺾고 버리면 딱 좋은 정도의 밝기와 시간이다. 반응이 강하기 때문에, 대섬광 키와미를 꺾고 잡고 있으면 따뜻하게 온도가 올라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흔히 울트라 오렌지라고 부르는 게 대섬광 키와미 오렌지 제품이다.

물론 키와미 오렌지보다 더 밝은 제품도 내놓은 적이 있다. 이름하야 키와미DX 오렌지. DX는 디럭스의 약자가 아닐까 싶다. 표기 30초~1분이고 실제 발광시간은 써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다. 나도 사진만 봤지 실물은 만져본 적이 없다. 검색해보면 포장 사진까지도 나오는데, 현재는 판매도 안 되는 모양이며 카탈로그에도 수록되어 있지 않다.

루미카 라이트 시리즈는 아크(Arc) 타입과 컨벤셔널 타입이 있다. 컨벤셔널 타입은 길쭉한 원통형 모양이고, 아크 타입은 사각 막대의 가운데를 아치 모양으로 오목하게 파 둔 형태다. 아치 모양이면 Arch인데 왜 Arc가 된지는 모르겠고. 여하튼 아크 타입이 잡기 편하고 꺾을때 튜브가 터질 위험이 적다고 한다. 대신 사출 공정이 복잡하므로 가격이 비싸다. 컨벤셔널 대비 아크타입이 약간 더 길다. 손잡이 부분과 발광부가 각각 5mm씩 길어서, 컨벤셔널 타입은 전체 길이 18cm, 아크 타입은 전체 길이 19cm이다. 컨벤셔널 타입은 발광부 직경 15mm, 아크 타입은 부위에 따라 14mm~19mm로 오목하게 변한다.

루미카에서 직접 유통하는 제품은 모두 아크 타입만 유통되고 있다. 오롯이 레귤러 벌크팩(25개들이)만 컨벤셔널 타입이다. 그럼 대섬광 시리즈에 컨벤셔널 타입은 없는걸까? 하면 그렇지는 않다. 컨벤셔널 타입도 제조는 하지만, 루미카에서 직접 유통하지는 않는다. 주문생산 방식으로 대량 납품만 하는 것이다. 현재 소매는 타치카와 소재의 페스티벌플라자 사에서 독점 판매하고 있다. 흔히 탄띠라고 부르는 캐미컬라이트 고정벨트를 사용한다면 컨벤셔널 타입이 편리할 것이다. 난 그냥 라이더 쌕을 허리춤에 주렁주렁 달고 다니므로 그냥 봉지째로 부어넣어 버리지만. 여하튼 주문생산 특성상 컨벤셔널 타입은 낱개 판매가 없으며 벌크팩으로만 팔며, 가격도 좀 더 저렴하다.

대섬광 아크 벌크팩은 데라난난 오프라인 매장에서 2300엔에 판매되고 있다. 행사로 더 저렴하게 팔기도 한다. 소프맙 등 양판점에서는 약간 더 비싸다. 온라인 판매가격은 2400~2500엔 선이다. 대섬광 컨벤셔널 타입은 온라인에서 1760엔에 판매중이다.

변종으로 금황(金煌) 제품이 있다. 대섬광 시리즈에 손잡이 부분에 손가락을 걸 수 있도록 성형한 제품이다. 벌크팩이 없고 개당 가격이 200엔 이상으로 비싸서 잘 안 쓴다. 대섬광8이나 메가대섬광 처럼 크기를 크게 늘린 제품군도 있다. 다만 대부분의 콘서트 라이브에서 반입 가능한 응원도구의 크기와 종류를 세세히 규제하기 때문에, 소규모 행사 외에는 보기 힘들다.

잠깐 다른 이야기. 대섬광아크는 벌크팩 1팩 단위로 박스포장이 되어 있다. 이 박스가 펜라이트나 자잘한 악세사리류를 매우 적당한 크기다. 벌크팩 구매한다면 박스 버리지 말고 잘 모아두자. 의외로 쓸모가 있다.

RiverRoots - 플래시봄버

RiverRoots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플래시봄버 브랜드로 판매된다.

  • 플래시봄버 레귤러 = 표기 15분 (오렌지 5분) 콘서트용
  • 플래시봄버 Z = 표기 5분 (오렌지 2~3분)
  • 플래시봄버 ZZ 오렌지 = 표기 30초~1분

대충 플래시봄버 레귤러는 루미카 대섬광 시리즈에, 플래시봄버 Z는 대섬광 키와미에, 플래시봄버 ZZ는 키와미DX에 대응한다. 성능이 같다는 이야기는 아니고 그냥 라인업 순서가 그렇게 매칭된다는 것이다.

플래시봄버는 등산낚시용은 못 본 것 같다. 레귤러 제품이 콘서트 라이브 용으로, 일반색상 표기 15분 오렌지 표기 5분이다. 실제 발광시간은 안 써봐서 모르겠다. 플래시봄버도 고휘도 타입인 Z 시리즈가 있는데, 일반색상 표기 5분, 오렌지는 표기 2~3분이랜다.

그 위에 플래시봄버 ZZ가 있다. (ZZ는 더블제트로 읽는다.) 대섬광 키와미DX와 달리, 이건 열심히 시판되는 모양이다. 여하튼 이것도 오렌지만 있고, 발광시간을 놓고 보면 표기 30초~1분. 포장에 玄人専用이라고 적혀 있다. 굳이 옮기자면 "달인 전용" 쯤 되겠다.

플래시봄버는 루미카 컨벤셔널 타입과 형태가 유사하다. 원통형이며, 발광부 직경 15mm 전체길이 19cm이다.

가격 면을 보자. 데라난난 오프라인 매장에서 1800엔에 판매중이다. 대섬광 아크 대비 500엔 가량 저렴하다. 오프라인에서 대량으로 구매해야 한다면 좀 고민될 가격 차이이다. 그런데 가격이 저렴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ㅋㅋㅋ...

기타 브랜드

그 외에도 OEM 방식으로 제작 판매하는 회사는 많이 있다. 루이팡(킹블레이드 제조사)도 하이퍼 캐미스타 브랜드로 캐미컬 라이트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다. 홈페이지에 게시도 안 할 정도로 마이너하고 아는 사람도 드물며 판매하는 곳은 더 드물다. 어짜피 RiverRoots OEM 제품이다.


캐미컬 라이트 이용시 주의사항

캐미컬 라이트를 꺾을 때에는 양 끝을 두 손으로 안정되게 잡고, 가운데 부분을 양쪽 엄지로 눌러서 꺾는게 정석이다. 내부에 앰플이 깨지면 잘 흔들어서 섞어주면 된다. 과도하게 구부리거나 다른 물건에 휘둘러 부딛혀서 깨는 경우 파손위험이 있다. 튜브가 터지면 내부의 유리조각과 화학 약품이 흘러나오겠지? 아무리 신나더라도 사고는 내지 말자.

콘서트 라이브가 끝나면 주최측에서 캐미컬 라이트 수거함을 설치 운영할 것이다. 다 쓴 캐미컬 라이트는 전용 수거함에 버리도록 하자. 플라스틱 튜브 내부에 깨진 유리와 화학약품이 뒤섞인 상태이므로, 화학폐기물 전문 처리업체로 보내야 한댄다. 일반 재활용업체에서는 처리가 불가능하므로, 집에서 버릴 때에는 재활용이 아닌 일반 쓰레기로 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