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예비군 훈련

필자는 전문연구요원으로서 보충역 4주훈련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보충역은 별도 주특기 없이 소총수로 뛰고 구르는 예비군 훈련을 받게 되지만, 필자는 하필이면 전공이 공대였던 탓에 시설공병 주특기를 받았고, 예비군훈련 또한 공병부대로 편성되어 진행하였다. 보충역이니만큼 동미참이다.

한강 북쪽에 거주하는 공병 주특기는 한꺼번에 예비군 훈련을 받게 된다. 서울시 거주자가 다 그렇지만 장소는 북한산 모처이다. 다행히 예비군 훈련장 가는 버스의 회차점에서 갈아타면 되므로 생각보다는 편하게 갈 수 있었다. 의자에 앉아서 전철역 지날 때마다 사람들 타는걸 구경하면 된다. 참고로 예비군 훈련을 받은 것은 7월 한창 더울 때였다. 두 달이나 지나서 쓰고 있는 것이다 하하하.

출퇴근

동미참은 3박4일간 출퇴근이다. 물론 오후에는 집에 가니까 동원보다는 낫지마는 그래도 출퇴근이 곤욕스러운 건 사실이다. 한 번 훈련에 수백 명이 같이 들어가는데, 버스노선은 2개 뿐이니 버스는 미어터지고 불편하다.

※ 2018년부터 동미참 1~4년차는 출퇴근 32시간(3박4일)을 받게 되며, 대신 향방작계 12시간을 받지 않는다. 동미참 5~6년차는 향방작계 12시간(6시간 2회)를 받는다.

그나마 필자는 집에서 훈련장까지 버스로 1시간 정도 걸리므로 고생이 덜했지만, 시내 한복판에서 와야 하는 사람들은 정말 고역일 것이다. 그런 탓일까, 개인 차량으로 오는 사람도 꽤 많이 보였다. 한여름 뙤약볕에 그늘도 없는 연병장에 차를 세워둬야 하니 햇볕을 막을 물건은 미리 준비해 두어야 하겠다.

아침 9시까지 위병소를 통과해야 하는데, 필자는 항상 8시반쯤 도착해서 넉넉하게 입소할 수 있었다. 뭐 일단 위병소 지나가면 바깥을 볼 일이 없으니 지각해서 못들어온 사람들이 얼마나 있는지는 모르겠다마는, 그래도 몇 명씩은 생기는 모양이다.

훈련장 시설

필자가 간 훈련장은 몇 년 안에 없어지고 다른데에 통합될 예정이라고 하였다. 그래도 시설은 나쁜 편은 아니었다. 화장실도 양변기에 그럭저럭 깨끗하게 관리되었고, 대형 정수기도 있어서 수시로 물을 마시는데 불편함이 없었다. 대형 강당에는 서울시에서 기증한 대형 에어컨도 설치되어 있어서, 점심먹고 쉬는 동안에 아주 시원하게 널부러져서 휴식을 취할 수도 있었다.

조기퇴소제도, 그리고 조짜기

이제 예비군도 바뀌어서, 10명씩 조를 짜고 조별 평가를 통해 점수를 매기게 된다. 그리고 상위 30%는 한 시간 조기퇴소를 시켜준다. 오후 훈련이 3시반쯤 끝나는데, 강당에 모여서 조기퇴소자를 발표하고, 조퇴자는 4시에 집에 가고 나머지는 4시부터 1시간 정도 강당에서 정훈교육을 받고 5시에 집에 가는 것이다. 물론 장구류 반납하고 퇴소자 서명하고 하면 5시반이 넘어야 위병소를 통과할 수 있지만.

그런고로 10명의 팀워크가 꽤 중요하기 때문에, 서로 좀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거나, 첫째날 죽이 좀 맞는 사람들이 모인다면 서로 연락처 교환하고 다음날에도 팀을 짜서 입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위병소 앞에서 담배피고 서성거리는 친구들이 보인다면 필시 다른 팀원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그렇게 10명이서 손잡고 들어가면 조 편성도 통째로 넣어준다.

예비군 빨리 끝내고 집에 가고 싶은건 누구나 같은 마음이고, 죽이 맞는 사람들끼리 가면 아무래도 훈련도 좀 열심히 받으니 간부들도 좋아하더라. 정말 조기퇴소 시스템을 고안해 낸 사람은 상줘도 된다. 예비군의 대우가 박한 탓도 있지마는.

필자는 운이 좋게도 둘째날에 조기퇴소 하여 4시에 집에 갈 수 있었다. 고작 한시간 남짓 차이인데, 6시 이전에 집에 들어갈 수 있다는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셋째, 넷째 날도 열심히 하려 했지마는 운이 좀 없었는지 상위 40%~50%를 맴돌았고, 결국 5시까지 남아있어야 했다.

식사

입소할 때 식권을 살 지 아니면 식대 6천원을 받을지 고를 수 있는데, 식권을 사서 밥을 먹었다. 도시락을 싸 가서 보관해 뒀다가 점심시간에 꺼내서 먹을 수도 있지만, 필자가 예비군 훈련을 받은 것은 7월이었고, 짐을 보관하는 컨테이너는 냉난방이 안 된다. 상한거 먹고 탈나느니 그냥 훈련소 밥 사먹는게 나을 것이다.

예비군 식당은 민간업체가 운영하는데, 독점 운영권을 주되 식사 평가가 안 좋으면 계약을 해지하고 타 업자와 계약하는 식이었던가 했다. 여하튼. 밥공기, 국(오이냉국과 육개장), 반찬 세 개(제육볶음, 소시지볶음 등)에 김치, 그리고 캔 음료수가 제공되는데, 그냥 평범하게 시내에서 비슷한 금액 주고 사먹는 수준의 식단이었다. 막 인터넷에 나다니는 거지같은 품질은 아니었고... 물론 이는 훈련장마다 다를 수는 있겠다.

아침과 저녁은 집에서 해결해야 한다. 필자는 평소에는 아침을 안 먹는데, 예비군 훈련 기간에는 어쩔 수 없이 아침을 먹어야 했다. 막 뛰어다니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컴퓨터 앞에서 손가락만 굴리는 것에 비교하면 엄청 허기졌다. 그리고 아침에 입소전에 스포츠음료 500mL짜리 하나 사서 가져가면 아주 좋다. 교장마다 물통이 비치되어 있긴 하지만, 항상 지니고 다니는게 더 편리하다.

교육과목

나흘동안 예비군훈련장에서 뭘 할까.

오전에 2과목, 오후에 2과목을 로테이션을 돈다. 전체를 4개조로 나누어, 오전에 1/2조는 A교장에서 두 과목을 로테이션 돌리고, 3/4조는 B교장에서 두 과목을 로테이션 돌리는 것이다. 오후에는 서로 교대하여 또 똑같이 로테이션을 돈다.

오전은 9시반부터 11시반까지, 오후는 1시반부터 3시반까지 진행한다. 점심시간은 대충 11시반~1시반이라고 보면 된다. 물론 30분만에 다 먹고 내려와서 강당에서 에어컨 켜놓고 잤다. 조기퇴소자 나간 뒤에 정훈교육 1시간이 더 있지만 이건 뭐 조기퇴소에 영향 없으니 대부분이 듣는둥 마는둥 한다.

첫째날은 일반적인 예비군 훈련을 받았다. 사격술, 검문소 운용, 목진지, 방독면, 구급법 같은거 말이다. 그리고 공병특기이니만큼 장애물설치 관련 훈련도 받게 된다. 10명이서 으쌰으쌰 하면서 열심히 당기면 된다. ㅋㅋ.

둘째날과 셋째날은 공병주특기 폭발물 관련 교육을 받았다. 자세한 내용은 생략. 근데 별거 없다 실뜨기만 잘 하면 되고 삽질만 잘 하면 된다.

넷째날은 첫째날 한걸 반복한다. 즉 예비군 훈련 기간 동안 사격 목진지 검문소 장애물설치 같은걸 총 2번씩 한다. 구급법이 빠지고 수류탄을 던졌다. 포크레인이나 구레이다 같은 중장비 특기를 받은 사람은 일부 훈련을 빠지고 대신 해당 장비를 모는 훈련을 받는다.

예비군 사격은 25미터 거리에서 5발 쏴서 3발이 5cm 내에 탄착군만 형성되면 된다. 내가 평소에 영점을 맞춘 총도 아니니까 머... 별 수 없지 쓰읍 하는 느낌으로. 그리고 예비군은 M16 쓰므로, 현역시절에 K2 썼다면 조준이 조금 어려울 수는 있겠다. 같이 훈련뛴 사람 중 몇 명이 M16 처음 써 본대서 조준요령을 알려줬다. 훈련소에서는 지지리도 안 맞는 똥총이었지만, 그냥 관리가 병신이어서 그런 것이었다. 예비군 훈련장은 잘맞는다 ㅋㅋ.

주특기 훈련이 있다보니 시가지전투나 각개전투 영상사격 같은 것은 받지 않았고, 목진지 같은것도 굉장히 허술하게 하고 넘어갔다. 대신 폭발물 교육을 받아야 하니 공병조끼 입고 끼우고 조립하고 분해하고 엎드려서 삽질하는 과정은 매한가지였지만. 뭐 내가 폭발물 터뜨릴 일은 없을 것이니 그냥 그런게 있다 알아만 두면 되겠다.

예비군 2년차를 마치고

어쩌다보니 학생예비군에서 제외되어서 3박4일 훈련을 치러야 했다. 정신적으로 좀 많이 힘든 시기에, 3박4일 생각을 관두고 운동하고 왔다 생각하니 뭐 나쁘지는 않았고 재미도 있었지마는, 그래도 시간은 정말 안 가더라...

조기퇴소가 정말 꿀이다. 고작 한 시간 먼저 가는 것임에도, 6시 전에 집에서 씻고 침대에 드러누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막 의욕이 살아난다. 물론 팀원 운빨이 좀 맞아줘야 하므로, 첫째날에 눈치를 잘 봐야 할 것이다.

예비군훈련 교통비 명목으로 하루 7천원이 지급된다. 식권을 안 사면 6천원을 더 받아서 1만3천원을 받는다. 하루종일 불러다 놓고 고작 7천원 주는거 참... 그지같다. 앞으로는 보상이 좀 더 늘어야 하겠다.

여하튼 이렇게 2018년 예비군 훈련 끝냈다. 바뀐 예비군 훈련에 너무 당황하지 마시고 조교들 괴롭히지 말고 열심히 받아서 조기퇴소 꿀을 빨아보시라.